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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걸릴라” 얼어붙은 공직사회

모임·약속 기피현상 뚜렷… 요식업계 ‘예약 뚝’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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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25 19: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 박희석·신민하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향응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이 ‘엄격한 법령’은 요즘 삼삼오오 모이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화두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배포한 법령 해설집과 사례집을 토대로 기관마다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모습이지만, 대부분의 공통된 결론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일반에 알려진 ‘김영란법’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상한을 두는 이른바 ‘3·5·10 법’ 정도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부정청탁의 기준’이 워낙 광범위해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게 애매한 구석이 많다. 일부에서는 나중에 법원 판단이 나와봐야 처벌 범주를 어느 정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당분간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대전에 사는 공무원 A(46)씨는 다음 달 모임이나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 혹시나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에서다.
 
A씨는 “모임이나 약속의 성격이 친목을 위한 것이지만 공직사회가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고민 끝에 모두 취소했다”고 전했다.
 
충북 공무원 B(40)씨는 다음 달 초에 예정됐던 모임을 ‘김영란법’ 시행 전인 26일로 앞당겨 갖기로 했다. 사회에서 만난 지인 10여명이 함께하는 모임인데 직업군이 다양해 보는 시각에 따라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회원들끼리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B씨는 “다음 모임 때쯤 되면 ‘김영란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공무원을 상대해야 하는 일반 기업체 관계자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한 기업인은 “‘을’의 위치에서 업무 외적으로 공무원을 상대해야 할 일은 없어지겠지만, 앞으로는 서로 부담스러워 간단한 식사 자리도 어려울 테니 자칫 껄끄러운 관계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관공서 주변 요식업계는 벌써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의 한 중국음식점은 지난 추석 연휴 직전부터 예약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통 명절 직후에는 손님이 줄지만, 올해는 심상치가 않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주변에 관공서나 기관이 많다 보니 공무원 손님이 많은데 ‘김영란법’ 시행이 다가올수록 예약 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궁여지책으로 법에서 허용하는 3만원 이하짜리 코스 메뉴도 만들어 봤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고급 일식집은 업종을 아예 바꿨다. 단가가 높아 주로 기관·단체 모임 손님이 많았는데 오랜 불황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업종 변경을 결정했다는 게 식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매출 중 주류 판매 비중이 절대적인 유흥업소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흥업협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유흥업소 특성상 요리 메뉴는 줄여봐야 큰 영향이 없다”며 “결국 긴장 속에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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